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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윈주의(Darwinism) vs 진화론(Evolutionary theory)
    Misunderstanding 2009. 6. 10. 05:09
     논쟁적인 이슈에 관해 토론을 하다보면, 상대방으로부터 자신의 비판의 내용에 대해 동문서답을 들을 경우가 있다. 혹은 자신이 비판하지 않은 내용에 대해 반론을 제시받는 경우도 많다. 이를 두고 온라인상에서는 난독증이니 뭐니 하는 비아냥이 넘쳐대지만, 사실 많은 경우 이러한 오해들은 사용하는 용어들이 정확하게 정의되지 않고 사용되기 때문인 것 같다. 같은 용어를 사용하지만, 서로 그 용어를 정의하는 내용이 다른 것이다. 
     이러한 오해들은 창조-진화 논쟁과 지적설계이론을 둘러싼 논쟁에서 자주 일어나는 것 같다. 그 대표적 예가 '진화론'이라는 의미이며, 특히 대표적인 예가 다윈주의 진화론에 대한 지적설계 진영에서의 비판을 '진화론' 전체를 거부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현상이다. 진화라는 의미처럼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는 용어는 없는 것 같다. 지적설계론자가 비판하는 '진화론'의 의미와 다윈주의자가 변호하는 '진화론'의 의미, 또한 일부 유신 진화론자들이 의미하는 '진화론'의 의미가 다를 경우가 있다. 논의를 분명히 하기 위해 진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세히 살펴보자.

     첫번째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의미의 진화론은 '시간에 따른 변화(change over time)'란 의미에서의 진화이다. 사실 이러한 의미의 진화는 창조-진화 논쟁에서나, 지적설계 이론을 둘러싼 논쟁에 있어서 큰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설계진영도, 유신진화론자들도, 다윈주의자들도, 심지어는 창조과학자들도 이러한 의미의 진화를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논란이 되는 진화론은 단순히 생명체가 시간에 따라 변한다는 어떤 이론에 대한 것이 아니다.

     두번째로 사용되는 의미의 진화론은 생명체들이 공통조상을 갖는다는 이론(common ancestry)이라는 것이다. 현존하는 생명체들은 어떤 공통조상에서부터 유래했다는 이론이다. 물론 공통조상 이론이 현대 진화론(contemporary evolutionary theory)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이것이 주된 것인양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진화론이라 하면 모든 이가 '다윈'을 연상케되는 것처럼 진화론에 다윈의 기여를 빼놓고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과연 다윈의 기여는 무엇이었는가? 다윈의 주된 공이라 한다면, 공통조상 이론을 설명할 수 있는 메커니즘으로서 무작위적 변이(random variations)에 작용하는 자연 선택(natural selection)을 제시한 데에 있다. 공통 조상 이론이 진화론의 큰 틀인양 생각한다면, 이는 라마르크의 진화론과 현대판 진화론, 즉 다윈이 제시한 진화론과의 구별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많은 지적설계론자들은 공통조상 이론을 받아들이며, 지적설계 이론에 빼놓을 수 없는 마이클 비히는 공통조상 이론을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데 동의한다. 지적설계 진영에서 문제시하는 것은 바로 다윈주의의 메커니즘이지 공통조상 이론에 관한 것이 아니다.

     세번째로 사용되는 의미의 진화론은 현대 진화론에서 사용하는 의미에서의 주된 입장인 신다윈주의 진화론이 되겠다. 바로 다위니즘(Darwinism)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다윈의 기여는 공통조상이론의 메커니즘으로서 변이와 자연선택을 제시한데 있다. 다위니즘은 이 메커니즘을 생명의 기원에 관한 충분한 설명으로 받아들이는데 있다. 다른 글에서도 이미 언급한 바 있지만, 현대 진화론은 '공통조상이론' + '무작위적 변이' + '자연선택' 의 합쳐진 형태의 이론인 것이다. 지적설계 진영에서 주된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세번째로 제시한 의미에서의 진화론, 즉 다위니즘의 메커니즘에 관한 것이다. 보다 자세하게는 무작위적 변이와 자연선택을 생명의 기원에 관한 메커니즘으로서 충분한 설명으로 받아들이는 입장을 비판하는 것이며, 또 다른 설명으로서 '설계'가 경험적으로 탐지 가능하며, 그러한 예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많은 지적설계 지지자들은 다윈주의 메커니즘으로 설명가능한 현상이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정확하게 말하면 과연 그게 전부이냐는 질문에 '아니다'라는 대답을 하는 것이다.
     사실 다윈주의 메커니즘인 무작위적 변이와 자연선택을 충분한 설명으로서 받아들이지 않는 입장도 과학계내에 존재함은 물론 유신진화론 입장에도 존재한다. 유신진화 진영의 대표적인 예가 폴킹혼이다. 그의 책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No reasonable person doubts that this is a component in the history of life but that it is the sole and totally adequate cause of all that has happened is simply an article of blide belief. It is a scientifically interesting question to ask whether there might be more to the story than has been told.[각주:1]
    그 어떤 사람도 이것이(무작위적인 변이에 작용하는 자연선택)이 생명의 역사에 한 부분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유일하고 완전히 적합한 원인이라 생각하는 것은 순전히 맹목적인 믿음에 지나지 않는다. 그 이상의 무엇이 있을지에 대해 질문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While we can agree that natural selection has been an important factor in the development of life on Earth, it is by no means obvious that it is the only type of process involved.[각주:2]
     자연선택이 지구상 생명체의 발달에 중요한 요소임에 동의할 수 있지만, 이것이 유일한 방식임이라는 것은 결코 분명하지 않다.
     폴킹혼은 다윈주의 메커니즘을 충분한 설명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가능성에 열려 있다는 면에서 지적설계 진영의 입장과 맥을 같이 한다. 물론 그는 다른 가능성으로서 '설계'를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자연적 메커니즘을 찾는다는 큰 차이점이 있기에 지적설계 진영에 포함될 수는 없고 유신 진화론자로 분류되어야 옳다. 하지만 케네스 밀러나 프란시스 콜린스와 같은 대부분의 유신 진화론을 지지하는 생물학자들은 다윈주의 메커니즘을 충분한 설명으로서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템플턴 재단의 지원을 받아 프란시스 콜린스의 주도로 설립된 바이오로고스 재단 역시 공통조상 이론을 진화의 핵심이론으로 제시하는 듯 하지만 그들은 다윈주의 메커니즘을 충분한 설명으로 받아들이는 진화론을 그대로 수용한다.

     지적설계 진영과 유신 진화론 진영과의 논란을 살펴보자. 지적설계 진영에서 제기하는 주된 질문 중 하나는 다윈주의식 진화 메커니즘이 과연 생명의 기원에 관한 충분한 설명인가에 대한 것이다. 진화론을 그대로 수용하는 유신 진화론자들의 반응은 다양하지만, 케네스 밀러와 같이 '(거의) 그렇다'는 입장에서부터 폴킹혼과 같이 '충분치는 않지만 설계는 아니다'라는 입장까지 다양하게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모든 유신진화론자들이 이러한 질문에 깊이 생각해보았는지 묻고 싶다. 지적설계 진영에서 제기하는 질문에 유신 진화론자들의 대부분의 논변들은 동문서답인 경우가 많다. Finding Darwin's God의 저자인 케네스 밀러는 책의 대부분에서 공통조상을 뒷받침하는 증거들로 가득 채우고 있다. Language of God의 저자인 프란시스 콜린스 역시 마찬가지다. 많은 증거들이 진화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독자들을 설득시키고 있지만 내세우는 자료들은 대부분 공통조상에 대한 것이다. 어떤 의미의 진화를 의미하는가는 독자들이 반드시 물어야할 질문이다. 과연 다윈주의 메커니즘은 충분한 설명인가? 
     
    유신 진화론자의 대답이 듣고 싶다.
    1. Belief in God in an Age of Science 94p [본문으로]
    2. Exploring Reality : The Intertwining of Science and Religion, 50p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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